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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영화 (권력,선택,책임)

낭만 두 스푼 2026. 6. 22. 17:32

목차


     

    더 킹 영화 포스터
    더 킹

     

    더 킹은 한 사람이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 권력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목포의 싸움꾼이었던 박태수가 검사가 되어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을 잃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권력이 던지는 질문, 선택이 묻는 것, 책임이 남긴 질문이라는 세 가지를 계속 떠올렸습니다. 조직 안에서 누군가의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해본 입장에서 보면, 더 킹은 단순한 정치 풍자극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치는 현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큰 사건도 아니고 거창한 음모도 아닌, 아주 평범한 순간의 망설임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1986년 전두환 정부부터 시작해 정권이 몇 차례나 바뀌는 긴 시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라 한 시대의 풍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권력이 던지는 질문: 진짜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박태수는 건달 아버지가 별것 아닌 검사 앞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고 진짜 힘은 공권력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고 검사가 됩니다. 처음엔 정의로운 마음으로 일하던 그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가해자의 사건을 가벼운 합의금으로 무마하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첫 갈림길에 서게 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뒤로 권력자들의 핵심 라인을 쥔 한강식의 눈에 들어 전략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리 줄을 갈아타며 살아남는 검찰 내부의 생태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됩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능력보다 줄을 잘 서는 게 더 중요해 보이는 순간들, 그리고 그 줄에 끼지 못한 사람들이 조용히 밀려나는 모습들 말입니다. 더 킹을 보면서 저는 진짜 힘이라는 게 정말 자리나 인맥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를 어떻게 쓰느냐에서 나오는 것인지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박태수가 권력의 맛을 알아갈수록 점점 무뎌지는 모습은, 권력 자체보다 그 권력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거꾸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가 처음 권력을 좇기 시작한 계기가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가 무시당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어떻게 점점 더 큰 욕망으로 자라나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묵직했고, 권력이라는 것이 한 번 손에 쥐면 좀처럼 내려놓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선택이 묻는 것: 그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박태수에게는 분명한 갈림길이 있었습니다. 학생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사건을 정의롭게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무마하고 권력의 핵심부로 들어갈 기회를 잡을 것인지였습니다. 그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이후 그의 모든 행보를 결정짓는 출발점이 됩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사람이 한 번의 작은 타협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점점 더 큰 타협도 쉬워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도 살면서 비슷한 갈림길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거창한 부정이 아니라, 그냥 한 번 눈감고 넘기면 편한 작은 일들이었습니다. 더 킹을 보고 나서 그 작은 선택들이 결국 한 사람을 어떤 방향으로 데려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태수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 오히려 이 질문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누구나 그런 갈림길에서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나면 다음 선택은 더 쉽게 합리화된다는 것, 그리고 그 합리화가 쌓여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장 섬뜩하게 그려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박태수가 점점 더 큰 권력을 손에 쥘 때마다 그 표정이 점점 비어가는 듯 보였던 것도, 결국 한 번 시작된 타협이 사람의 어떤 부분을 조금씩 깎아낸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임이 남긴 질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한강식이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하자 박태수도 곧바로 지방으로 밀려나고, 그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최두일은 목숨을 잃고, 아버지는 구속됩니다. 정작 모든 결정을 주도했던 한강식은 한동안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살아남고, 그 피해는 박태수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떨어집니다. 영화 후반부 박태수가 검찰 비리를 폭로하고 정치인의 길을 택하는 모습은 일종의 자기 책임을 지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그는 마지막에 관객을 향해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왕이니까 라는 말을 던지는데, 이 장면은 결국 그 책임이 한 사람의 정치인이나 검사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시스템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조직 안에서 누군가의 잘못된 결정에 침묵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더 킹이 남기는 여운은 통쾌한 응징이 아니라, 그 대가를 누가 치르고 있는가에 대한 불편한 확인이었습니다.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가장 늦게, 혹은 가장 적게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은 영화 밖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 보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