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외모 때문도 아니고, 언제나 강렬한 영웅을 연기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은 평범한 얼굴, 익숙한 말투, 어딘가 서툰 행동 때문에 마음속에 남는 배우들이 있습니다.송강호 배우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완벽한 인물을 연기하기보다 흔들리고 부족하고 때로는 초라한 인간을 연기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두려움, 사랑, 후회, 분노,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개인적으로 송강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은 연기를 잘한다"라는 생각보다 "저 사람은 정말 저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한 사..
영화 밀양을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아이를 잃은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로 봤을 때 신애라는 인물이 사실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어딘가에서 저 사람을 본 적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요. 아니, 어쩌면 저 자신이 신애를 닮은 시기를 살아본 적 있다는 느낌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신애의 자기애 — 우리 모두가 살았던 그 시절밀양을 단순히 종교 비판 영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다른 무언가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신애라는 인물의 중심에 있는 건 신앙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스스로가 세상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강렬한 자기 중심성(narcissism)입니다. 여기서 자기 중심성이란 단순히 이기적이라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