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영화, 처음 끝까지 다 보고 났을 때 기분이 엄청 이상했습니다. 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범인이 누구라고 딱 집어 말해주지도 않거든요. 스크린이 까매진 후에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잔상이 안 잊혀서 혼났습니다. 파주의 그 쓸쓸하고 잿빛 안개 낀 풍경이랑, 유아인의 허탈한 표정이 계속 귓가와 눈가에 맴돌더라고요. 아마 저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말로 다 표현 못 할 찜찜함과 답답함을 느낀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이창동 감독은 늘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맨손으로 헤집어 놓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영화 역시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무기력과 분노, 그리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상실감을 아주 불규칙하고 끈적하게 파고듭니다. 왜 이..
미나리 영화 속에서 낡은 트레일러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린 아버지의 얼굴에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떠올라 있습니다. 영화 미나리는 바로 그 표정 하나로 이민 가족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칸소의 황무지로 향한 한 가족이 땅에 뿌리를 내리려 애쓰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출연배우가 그려낸 이야기, 상징이 묻는 것, 메시지가 남긴 질문이라는 세 가지 결로 다시 떠올려볼 만합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도 한 가족의 일상만으로 이렇게 깊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보고 나서도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였습니다. 1980년대 미국 시골 마을로 옮겨간 한국 이민 가정이라는 구체적인 배경 위에서, 정작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러 번 곱씹게 ..